4월 19일 대선후보 TV토론 관전평(1) 스탠딩 토론과 문재인 주적 논란
어젯 밤 10시, KBS에서 주관한 ‘대선후보 TV토론’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대선후보 토론과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토론인 만큼,
형식 그 자체를 가지고 많은 비판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 채택한 형식은 미국의 대선후보 토론에서 차용한 ‘스탠딩 토론’입니다.
대통령 후보가 ‘원고’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자유토론이죠.
하지만 미국에서 이 ‘스탠딩 토론’이 역동적이면서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미국 대선 후보 2인 체제 덕분입니다.
5인이 원고 없이 스탠딩 토론을 하는 것은, 사실 제대로 룰을 정하지 않는 이상, 스탠딩 토론의 장점은 줄고 ‘난상토론’이 될 것으로 이미 예상된 일이죠.

대한민국 대선후보 tv토론 – 스탠딩 토론, 첫 시도는?
지난 밤 우리가 본 스탠딩 토론에 대해 가장 많은 의견은 이렇습니다.
대선후보들 2시간동은 서서 벌세우는 것 같다.
대선후보 토론이 아니라 청문회를 보는 것 같다.
스탠딩 토론의 가장 큰 목적은, 원고 없이 대통령 후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가치관, 생각 등을 펼치는 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대를 누비며 청중에게 자신의 정책, 공략을 어필하고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5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각자 제 자리에 서서 진행된 스탠딩 토론은 ‘원고가 없다’는 것 외에는 기존의 토론과 대체 다른 것이 무엇이냐, 굳이 서서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평가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기대했던 대로 원고를 따라 읽는 것이 아닌 만큼
기존의 다른 토론에 비해 후보자들의 가치관을 좀더 엿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어진 시간 (후보 당 9분) 이내에서라면 자신의 공략 어필, 질문, 답변 등, 제약 없이 자신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후보에게 질문공세가 쏠리기도 하고, 질문에 대한 충분하고 정확한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만 질문이 18개, 안철수 후보에게는 14개의 질문이 몰렸지만, 심상정 후보에게는 단 한 개의 질문도 없었죠.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시간을 답변하는 데에 상당부분 할애할 수 밖에 없었고, 질문을 적게 받은 다른 후보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공략을 어필하는 데에 시간을 쓸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의 스탠딩 토론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다음에는 각 후보에게 주어지는 시간에 대해 “질문시간과 답변시간을 따로 정해준다거나, 최소 몇 사람의 후보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는 등”의 좀 더 토론이론에 입각한 체계적인 룰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스탠딩 토론, 후보들은 정작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 ‘북한은 “주적?”‘
스탠딩 토론이 원고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보다 역동적으로 청중에게, 대중에게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들은 이런 자유롭고 역동적인 토론에 대해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 가장 화제가 되었던 문재인 후보의 ‘북한 주적’논란 역시, 내용 그 자체의 문제보다도 토론에 대한 경험과 준비의 아쉬움으로 인한 것입니다. ‘원고 없는 토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TV토론의 궁극적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원고’를 작성할 수 있는 토론은,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스탠딩 토론은 ‘어떻게 공격을 할 것인지’를 사전에 준비하고, 다른 후보가 ‘어떤 것들로 나를 공격할 것인지’를 예상한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기 때문에 기존의 토론방식보다도 더욱 ‘토론의 형식에 맞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유 : 북한이 우리 주적입니까?
문 :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 : 아직 대통령 안되셨으니까
문 : 그래도 대통령이 될 사람이죠.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야 될 사람이에요.
유 :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우리나라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이다. 이렇게 나오는데..
문 :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죠. 그러나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대화가 화제가 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대한 해석입니다.
문재인 후보의 ‘북한이 주적이냐에 대한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다’ 라는 발언은 사람에 따라, 또는 지지 여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근거를 말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헌법과 법률에 근거했을 때,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북한군은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헌법에 의거한 평화통일을 위해 협력의 대상으로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게는 주적으로서, 군사적으로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지만, 언제든 북한과의 협력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문재인 후보의 논리나, 하려던 말이 위와 같지 않았더라도, 이처럼 나름대로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면 이처럼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쏟아지는 질문 공세와 익숙하지 않은 토론 형식 등의 문제로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은 ‘서로 상반된 의견을 가진 토론자들이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과 청중을 설득하는 공적인 말하기’입니다.
스탠딩 토론은 후보자들의 토론실력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자리였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논거를 들어 주장해야 한다’는 토론의 기본을 해내지 못했고, 그로 인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지지층과 비지지층을 모두 얻으려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원고가 없는 스탠딩 토론으로 정책에 대한 이해도나 가치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대선 후보자들은 긴박하고 순간적인 대응이 필요한 토론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후 이어질 대선후보들의 토론에서는 좀 더 잘 대비하여, 후보자들을 잘 살펴볼 수 있는 토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토론교육 전문기관, 리얼디베이트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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